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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보상제도(NQDC): 임원 급여를 미래로 옮기는 장치

Insight Suit 2026. 10. 3. 05:39

401(k)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한 해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한도를 넘어서는 소득을 가진 임원들에게는 또 다른 장치가 있습니다. 올해 받을 급여나 상여금의 일부를, 세금 계산에서는 아직 받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며 수년 뒤로 미루는 계약입니다.

 

오늘 The Executive Lounge에서는 이 비적격이연보상제도(NQDC)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 제도가 지금의 엄격한 규칙을 갖게 된 것이 어느 회사의 파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구분 핵심 내용
401(k)로는 안 되는 것 NQDC는 ERISA의 기여한도·비차별테스트 적용을 받지 않아 401(k)보다 훨씬 큰 금액을 이연할 수 있으며, 2025년 설문에서는 적격 임원의 70%가 이 제도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엔론이 만든 규칙 2004년 이전에는 이연보상 인출 시점을 비교적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지만, 엔론이 파산 직전 임원들의 이연보상을 조기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세법 제409A조라는 엄격한 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래비트러스트라는 트레이드오프 세금 이연 혜택을 유지하려면 자금을 회사의 일반채권자 청구 대상으로 남겨두어야 하며, 실제로 파산 시 이연보상이 상당 부분 손실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주: 위 내용은 각 발행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하단 참고자료 및 출처에 원문을 명시했습니다.




1. 401(k)로는 안 되는 것

 

비적격이연보상제도, 즉 NQDC는 임원이나 고액연봉자가 급여나 상여금의 일부를 미래의 특정 시점에 받기로 회사와 계약하는 장치입니다. '비적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제도가 401(k) 같은 적격퇴직연금에 요구되는 ERISA(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비적격성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적격퇴직연금에 적용되는 연간 기여한도나 고소득자 편중을 막는 비차별테스트, 국세법 제415조의 한도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급여 전액에 가까운 금액까지도 이연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의 활용도는 낮지 않습니다. 미국 플랜스폰서카운슬이 2025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이 제도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 임원 중 70퍼센트가 실제로 NQDC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도의 61.2퍼센트에서 뚜렷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2. 엔론이 만든 규칙

 

이 제도가 지금처럼 엄격한 규칙 아래 놓이게 된 데에는 특정한 역사가 있습니다. 2004년 이전까지 NQDC는 구성적 수취 이론과 경제적 이익 이론이라는 오래된 판례법 원칙에만 의존했고, 임원들은 이연 선택을 비교적 자유롭게 바꾸거나 지급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이 허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 엔론의 파산입니다.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케네스 레이를 비롯한 여러 임원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파산을 신청하기 직전, 래비트러스트에 예치되어 있던 자신들의 이연보상을 조기에 현금화했습니다. 이후 파산법원은 엔론이 파산 신청 직전 조기 지급된 5,300만 달러 규모의 이연보상에 대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의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2004년 미국일자리창출법의 일부로 국세법 제409A조를 제정했습니다. 이 조항은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이연 선택은 원칙적으로 해당 소득이 발생하는 과세연도가 시작되기 전에 확정해야 합니다. 둘째, 지급은 퇴직, 사망, 장애, 사전에 정한 특정 시점이나 고정된 일정, 지배권 변동, 예측할 수 없는 긴급상황이라는 여섯 가지 사유로만 제한됩니다. 셋째, 이연된 금액의 조기 지급은 임원과 회사 어느 쪽의 요청이라도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이 규칙을 위반하면 처벌은 가혹합니다. 실제 지급 시점과 무관하게 이연된 금액 전체가 확정된 해에 즉시 총소득에 산입되고, 여기에 20퍼센트의 추가세와 미납 기간에 대한 이자까지 부과됩니다.




3. 래비트러스트라는 트레이드오프

 

이연된 금액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많은 회사가 래비트러스트라는 장치를 씁니다. 이 명칭은 실제로 이 신탁 형태가 처음 만들어져 국세청의 승인을 받은 대상이 한 유대교 회당의 랍비였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래비트러스트는 회사의 다른 자금과 분리되어 있어 임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이 신탁에 담긴 자산은 회사가 파산할 경우 일반채권자의 청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국세청이 이 이연보상을 '아직 받지 않은 것'으로 인정해 세금을 미뤄줍니다. 세금 이연과 파산으로부터의 보호는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이 제도의 근본적인 트레이드오프입니다.

 

이 위험은 실제 파산 사례에서 여러 차례 현실화되었습니다. 코닥이 파산 절차를 밟았을 때, 이연보상제도 참가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1,500만 달러는 연금 미적립분과 매입채무, 소송 채권 등을 포함한 28억 달러 규모의 다른 무담보 채권들과 동일한 순위로 취급되었고, 그 결과 이연보상 참가자들만 유독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2008년 파산한 온라인은행 넷뱅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산 신청 당시 래비트러스트에 124만 8,501달러가 예치되어 있었지만, 회사의 지급불능이 확인되자 이 자금은 그대로 다른 채권자들을 위한 자금으로 편입되었습니다.




4. 2026년, 왜 다시 주목받는가

 

최근 이 제도가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세법 변화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4일 발효된 원 빅 뷰티풀 빌 법은 2026년부터 국세법 제162조(m)의 임원보수 손금산입 제한 규정을 지배기업집단 단위로 합산해 적용하도록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 조항은 원래 상장기업이 특정 임원에게 지급하는 보수 중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법인의 손금산입을 제한하는 규정인데,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상장기업들이 보수를 지급하는 시점 자체를 조정할 유인이 커졌습니다. NQDC는 보수를 실제로 지급하는 시점에 회사가 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이 확대된 제한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임원 보수 체계에서는 이와 결이 다른 방식의 세제혜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미국 NQDC처럼 현금 급여 자체를 자유롭게 미래로 이연하는 일반적 제도보다는, 벤처기업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조세특례제한법이 부여하는 과세이연·분납 특례가 중심을 이룹니다. 연간 5천만 원까지 비과세되고, 행사이익에 대한 과세를 주식 양도 시점까지 미룰 수 있으며, 2억 원을 초과하는 소득세는 5년에 걸쳐 분할납부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급여 자체를 이연하는 미국식 설계와, 주식이라는 특정 자산의 처분 시점에 과세를 연동시키는 한국식 설계는 출발점 자체가 다른 셈입니다.




결론

 

NQDC가 보여주는 것은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시점을 옮기는 방법입니다. 높은 세율 구간에 있는 지금의 소득을 미래로 옮겨, 세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에 과세받겠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이 판단에는 회사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건재해야 한다는 전제가 함께 깔려 있습니다.

 

급여명세서에 찍히지 않은 숫자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래비트러스트라는 이름 뒤에 숨은 조건이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보상 설계나 절세 전략에 대한 실행을 권유하거나 추천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NQDC 설계와 관련된 세법은 매우 기술적이며 위반 시 불이익이 크므로, 실행에 앞서 반드시 세무 및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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