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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준비자산의 지형

Insight Suit 2026. 9. 6. 05:15

오늘 The Executive Lounge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준비자산의 지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제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 1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 차원의 CBDC 개발과 발행 자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이 제목의 전제를 절반만 맞는 것으로 만든다고 봅니다. 준비자산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은 CBDC 그 자체가 아니라,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두 모델이 갈라지는 과정 자체입니다. 오늘은 이 갈림길이 실제로 준비자산 시장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검증된 자료로 짚어보겠습니다.

 

 

 

구분 핵심 내용
미국의 선택 미국은 2025년 행정명령과 입법을 통해 연준의 소매용 CBDC 발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뒷받침되는 민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했습니다
준비자산으로 흘러드는 돈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는 2026년 기준 약 1,410억 달러의 미 국채·레포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으며, ECB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100톤 넘는 금을 매입해 폴란드를 제치고 최대 매수 주체로 부상했습니다
갈라지는 두 모델 중국은 e-CNY를 앞세워 mBridge 등 국가 간 정산망을 주도하는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소매용보다 도매용(홀세일) 디지털유로를 우선순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제부터 검증합니다: 미국은 CBDC를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2025년 1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 금융기술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라는 행정명령(EO 14178)에 서명했습니다. 이 명령은 연방기관이 CBDC를 수립·발행·홍보하는 어떤 행위도 금지하며, 진행 중이던 관련 계획을 종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같은 해 7월 미 하원은 연준이 의회 승인 없이 CBDC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반(反)CBDC 감시국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제롬 파월 당시 연준 의장도 의회 증언에서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디지털달러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서명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정반대 방향, 즉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1대1 뒷받침되는 민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조치가 하나의 정책적 선택을 구성한다고 봅니다. 국가가 직접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대신, 민간이 발행하고 국가가 규제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같은 기능을 구현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원금융서비스위원장 프렌치 힐은 이 선택의 논리를 CNBC 인터뷰에서 직접 설명했는데,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오히려 더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왜 스테이블코인인가: 준비자산 수요라는 진짜 이유

 

이 판단에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연구는 스테이블코인이 준비자산으로 미 국채를 보유하는 구조 자체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민간 달러 결제수단에 대한 수요를 미 국채 수요로 직접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고 분석합니다. 이 통로는 국채 수익률과 통화정책 파급 경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테더(Tether)의 2026년 자체 준비금 증명에 따르면, 유통 중인 USDT 약 1,840억 달러 중 약 1,410억 달러가 미 국채와 레포 형태로 보유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구조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준비자산 시장의 새로운 매수 주체로 만든다고 봅니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커질수록, 그 뒤에서 국채를 사들이는 민간 주체의 규모도 함께 커집니다.

 

 

 

놀라운 반전: 세계 최대 금 매수자는 중앙은행이 아닙니다

 

이 흐름이 국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이 2026년 6월 발표한 유로화의 국제적 위상 보고서는, 2025년 공식 부문(중앙은행)에서 가장 많은 금을 매입한 국가가 약 100톤을 사들인 폴란드였다고 밝히면서, 놀랍게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가 같은 해 그보다 더 많은 1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했다고 지적합니다. ECB는 이를 두고 스테이블코인이 계속 성장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이 "준비자산의 지형"이라는 제목을 가장 문자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봅니다. 전통적으로 금과 국채를 사들이며 준비자산을 축적해 온 주체는 각국 중앙은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한 곳이 그 어떤 개별 국가보다 많은 금을 사들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갈라지는 두 모델: 중국과 유럽의 다른 길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방향을 잡은 사이, 중국과 유럽은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중국의 e-CNY는 중국·홍콩·태국·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하는 다자간 CBDC 정산망 프로젝트인 mBridge에서 주도적 통화로 쓰이고 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6년 2월 위안화가 국제 준비통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다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최근 분석은 흥미로운 반전을 짚습니다. 중국 내 예금금리가 0.05%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 이탈을 우려해 자국 내 e-CNY 확산에는 오히려 신중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또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소매용 디지털유로보다 은행 간 결제에 쓰이는 도매용(홀세일) 디지털유로를 우선 과제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로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중앙은행 부채로 뒷받침되는 공적 정산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 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기준 유로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4억 5,000만 유로로, 2024년 초 5,000만 유로에서 늘긴 했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약 3,200억 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입니다.

 

 

 

결론: 지형은 균일하게 바뀌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BDC가 준비자산의 지형을 획일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전제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CBDC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그 대신 국채로 뒷받침되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했으며, 이는 이미 미 국채 시장의 새로운 수요 통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같은 흐름은 금 시장에서도 확인되는데,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폴란드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보다 많은 금을 사들인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 CBDC와 국제 정산망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예금 이탈 우려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유럽은 소매용보다 도매용 디지털화폐를 먼저 준비하는 절충적 경로를 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준비자산의 지형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마다 다른 논리로 갈라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갈림길 위에서 지금 가장 뚜렷하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은 국가가 발행하는 CBDC가 아니라, 국채와 금을 사들이며 스스로 준비자산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Executive Order 14178, "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Digital Financial Technology"(2025년 1월 23일)
Congress.gov,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IF11471, 2026년 7월 15일 갱신)
Atlantic Council,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versus Stablecoins: Divergent EU and US Perspectives"(2026년 2월)
European Central Bank, "The International Role of the Euro"(2026년 6월)
European Central Bank, Macroprudential Bulletin, "Euro Stablecoins and Their Potential Effect on Sovereign Bond Markets"(2026년 4월)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Papers No.170, "The Impact of Stablecoins on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PIIE), "China Gives Up on State-Backed Digital Cash"(2026년 5월)
Intereconomics, "Anchoring Europe's Monetary Future: Why a Wholesale Digital Euro Is the Immediate Priority"(2026년 7월)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정책이나 자산에 대한 지지·반대 의견이나 투자 추천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언급된 정책과 수치는 각 원 자료 발표 시점 기준이며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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